성필문테크 뉴스레터  ·  현장 이야기

어떻게 보조 스피커 하나 없이, 메인 스피커로만 교회 전체를 채웠을까?

2026년 6월 23일 발행

안녕하세요, 문성필입니다.

오늘은 질문 하나로 시작할게요.

저는 “당연히 안 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광주의 한 교회에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직접 확인했어요.

먼저, 룸튜닝이 뭘 하는 작업인지부터

룸튜닝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객석 어디에 앉든 비슷한 크기, 비슷한 음색으로 들리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스피커는 보통 무대 앞쪽 위에 달리잖아요. 그러니 앞자리와 뒷자리의 거리 차이 때문에 음압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심하면 앞뒤 자리 간에 6dB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게다가 공간이 넓고 발코니(2층)까지 있으면 메인 스피커가 아예 닿지 않는 자리도 생기죠.

그래서 보통은 맨 앞을 채우는 프론트필, 뒷자리를 커버하는 딜레이 스피커 같은 보조 스피커를 깔아서 전 객석에 고른 음압과 명료도를 확보합니다. 이게 교과서적인 방법이에요.

광주 교회의 의뢰

이 배경을 깔고 의뢰 내용을 보시죠.

사진과 함께 연락이 왔습니다. “스피커 높이가 너무 낮아서 찬양팀에게 소리가 바로 꽂혀요. 높이를 올리고 튜닝을 해주세요.”

사진을 보니 메인 스피커가 천장에 체인블럭으로 매달려 있는 형태였어요. 정말 높이가 낮은 편이라 찬양팀이 스피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꼴이었죠. 좌우 높이도 서로 달랐고요.

그런데 사진을 보다가 진짜 문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조 스피커가 하나도 없었어요. 딜레이도, 발코니 아래 보조 스피커도, 서브우퍼도. 천장도 높고 2층까지 있는 큰 예배당인데 — 좌우에 메인 스피커뿐이었습니다.

솔직히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거 높이 조절하고 튜닝해도, 맨 앞 프론트필이랑 2층용 보조 스피커는 추가로 필요하겠는데.’ 그래서 일단 현재 장비로 최대한 맞춰보되, 추가 장비는 천천히 구비하시라고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스펙을 들여다보니

사실 저는 EQ 튜닝보다 스피커의 위치와 각도가 룸튜닝에서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손을 대기 전에 스피커 기종과 플라잉 방식부터 파악했습니다. 천장에 수동 체인블럭으로 매달린 구조였고, 브랜드는 L-Acoustics더라고요. 오, 스피커는 좋은 거네? L-Acoustics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서, 매뉴얼을 받고 시뮬레이션부터 돌려봤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스피커의 정체를 알게 됐어요. L-Acoustics ARCS — 지금은 단종된 모델인데, 지향각이 참 특이했습니다.

수평 커버리지가 한 통에 22.5°밖에 안 돼요. 무척 좁죠. 그래서 좌우 각 포인트에 두 통씩 나란히 붙여 단 거였어요 — 가로로 붙일수록 넓어지는 구조라, 두 통이면 약 45°. 그래도 그리 넓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 교회 공간이 묘했어요. 옆으로는 좁고, 앞뒤로 길고, 2층까지 있는 구조였거든요. 즉 수평보다 수직 커버리지가 관건이었던 거죠. 그리고 바로 이 ARCS의 수직 지향각이 답이었습니다.

수직이 위아래로 비대칭이었어요. 위쪽 절반은 좁고, 아래쪽 절반이 훨씬 넓게 퍼지는 구조였죠(+40°/−20°).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답이 보였습니다. 스피커의 수직 각도는 거의 그대로 둔 채, 천장 가까이 높이 올려서 중심축이 2층 맨 뒤를 향하게만 하면 — 위쪽 좁은 쪽이 2층을 딱 받치고, 아래쪽 넓은 쪽이 1층 맨 앞자리 아래까지 깊숙이 쓸어내리더라고요.

다시 말해, 좌우에 한 포인트씩(두 통씩)만 있어도 공간 전체가 커버되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였던 겁니다. 맨 앞 가운데만 살짝 비는데, 거긴 프론트필 하나면 충분하겠다 싶었죠.

아, 이거 꼭 높이 조절해서 이 스피커들의 커버리지를 교회 전체에 뿌려봐야겠다.

현장에서 실제로 해보니

교회에 가서 체인블럭을 직접 만져보니 전혀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어요. 힘이 좀 들었을 뿐이죠. (같이 간 동생 재림이가 했습니다… ㅎㅎ)

시뮬레이션에서 본 대로 몇 번 높이를 조절한 끝에, 정말로 좌우 스피커가 교회 전체를 커버하도록 만들었어요. 그런데 진짜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소리를 실제로 내보니, 시뮬레이션보다 더 좋았어요.

분명 맨 앞 두세 줄은 커버가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 실내 반사음 덕분에 거기까지 음압이 채워지더라고요. 프론트필이 필요 없었습니다. 게다가 반사음이 앞뒤 자리 간에 중첩되면서, 앞뒤 음압 차이가 3dB 아래로 떨어졌어요. 시뮬레이션 수치보다도 더 고르게 나온 거죠.

완전 신기하고, 소리도 너무 좋았습니다.

그날 제가 배운 것

이번 컨설팅에서 많은 걸 다시 배웠어요.

저는 사실 스피커 음압을 크게 안 쓰면서 보조 스피커(프론트필·딜레이)로 구석구석 커버리지를 넓히는 방식을 선호해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보조 스피커 없이도 위치와 각도만 잘 잡으면 상당히 많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 기존 장비에 문제가 없다면, 새 장비를 더 사기 전에 지금 가진 걸 끝까지 살려보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겠다고요.

결국 핵심은 비싼 브랜드를 쓰느냐가 아니라, 그 스피커의 스펙을 제대로 읽고 우리 공간에 맞게 쓰느냐였습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종종 뉴스레터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래요!

문성필 드림

20년 현장 · 공학박사 음향 엔지니어 · spmoon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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